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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한강 노벨문학상

2016년에 영국의 맨부커 상을 받았었을 때,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피가 뚝뚝 흐르는 생육을 먹는’ 꿈을 꾼 후 주인공 영혜는 고기를 안 먹는다. 채식주의자가 된다. 형부는 예술작품을 만들고자, 영혜의 몸뚱이에 꽃을 그린다. 영혜는 자기 몸에 그려진 꽃을 보고서 자신을 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형부도 자기 몸에 꽃을 그린다. 영혜는 형부를 꽃이라고 여긴다. 처제와 형부는 알몸으로 서로 껴안는다. 이런 행위를, 영혜는 꽃과 꽃의 결합이라고 보았다. 형부는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한 행위로 보았다.     영혜 언니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영혜의 아파트에 온다. 남편의 예술작품을 본다. 작품 속에서, 남편하고 영혜하고의 섹스를 본다. 이것은 불륜(不倫)이다. 남편을 쫓아내 버린다. 그리고 영혜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다. 병원에서, 영혜는 자기 자신이 나무라고 생각한다. 거꾸로 물구나무를 선다. 양손은 뿌리다. 몸뚱이는 나무줄기다. 두 다리는 가지들이다. 나무는 물만 먹는다. 나무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녀는 나무이기에 음식을 안 먹는다. 정신분열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영혜는 처음에는 고기를 안 먹는다. 채식하다가 꽃이 된다. 그리고 나무가 된다. 이처럼 채식에서 나무가 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해놓은 소설 ‘채식주의자’를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올해에(2024), 전연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한강이 노벨상을 탔다. 하도 기뻐서 얼른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내용은 1980년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소설이었다. ‘정대’라는 소년이 군인들의 총에 맞아 죽었다. 정대의 시신은 다른 시신들과 함께 놓여있다. 정대의 유령은 자기 시신이 다른 시신들과 함께 군인 트럭에 실리는 것을 본다. 트럭은 숲속으로 들어간다. 자기는 밑에서 두 번째로 깔려있다. 자기 위에 다른 시신이 놓여있다. 정대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지만, 사람들은 정대의 말을 듣지 못한다. 그는 답답해한다. 다른 유령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줄도 모른다. 당황해한다. 트럭은 숲속 어느 빈 곳에 멈춘다. 군인 상사가 시신을 끌어내리라고 명령한다. 휘발유를 뿌리라고 한다. 군인들은 시신에 불을 지른다. 시신은 다 타버린다. 정대는 소리 지른다. 육체가 없어졌으니, 나는 더는 정대가 아니구나. 어떻게 내 누이를 찾을 수가 있단 말인가. 육체가 있어야 우리는 서로 알아볼 수가 있는데, 이제 육체가 없어졌으니, 누이가 나를 어떻게 알아볼 수가 있단 말인가. 그는 절망한다.   위의 소설을 읽어보고서, 한강의 사고방식이 아주 특이하고 독특함을 알았다.     한강이, 아니, 한국이 노벨상을 탄 것이 하도 자랑스러워, 어느 모임에서, 옆 사람에게,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탔어요!”하고 흥분해서 말했다. 그 사람이 “한강이 누군데요? 하고 반문한다. 말문이 확 막혀버린다. 더 놀란 일은, 스웨덴 한림원까지 가서 한강의 노벨상을 취소해달라고 시위까지 했다는 한국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한강을 좋아하니까, 모든 한국인이 다 한강을 좋아하리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것은 착각이었다.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오스카의 최우수 작품상을 탔을 때는, 모든 한국인이 자부심을 갖고서 즐겼었다. 그런데 이번 노벨상에는 왜 모든 한국인이 한마음으로 즐기지를 못하고 있을까? 조성내 /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 조교수삶의 뜨락에서 노벨문학상 한강 한강 노벨문학상 자기 시신 군인 트럭

2024-12-19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한인들도 환호…서점 문의 쇄도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한인 사회 문인들도 환호하고 있다.   번역의 한계와 낮은 인지도로 인해 저평가되던 ‘K-문학’이 이번 수상을 계기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면서, 한인 작가들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10일 미주한국문인협회 오연희 회장은 “문인들이 속한 단체 카톡방이 한강 작가에 대한 기사와 칭찬으로 뜨겁다”고 밝히며 기쁨을 표현했다.   오 회장은 특히 한강 작가의 작품 ‘채식주의자’를 읽고 큰 영감을 받았다며, “그의 시적인 문체와 독창적인 시선으로 글을 풀어나가는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노벨문학상 후보에 한국 작가들이 거론됐으나 항상 수상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 한강 작가의 수상은 한인 문학계에도 큰 영광이다. 특히 한글로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도전과 희망을 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서를 즐겨 한다는 헤일리 박(29) 씨는 “아침부터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었다”며 “그동안 남성 작가들만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것을 봤는데, 아시아계 여성 작가가 수상했다는 점에서 더 큰 기쁨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LA 한인타운의 서점들도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한 문의로 분주하다.   갤러리아몰 세종문고의 박창우 대표는 “오픈하자마자 책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등 여러 작품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6권 정도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문을 열자마자 모두 품절됐다. 현재 대기표를 나눠주고 고객들을 돌려보내고 있다. 추가 주문한 책들은 도착하는 데 약 10일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한강 작가는 시사성이 있는 작품으로서 이미 여러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입증받아왔다”며 “한인으로서 이번 수상은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LA 웨스턴길 해피북서점의 정재승 대표도 아침부터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창고에 있던 재고까지 모두 꺼내 놓고 추가 주문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분간 한강 작가의 작품을 별도의 섹션으로 구성해 배치해 둘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한강 작가의 수상은 기쁘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뛰어난 작가들도 많다고 생각해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이번 수상은 K-팝과 K-드라마의 원천인 ‘K-문학’의 저력과 경쟁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한글 작품들이 영어권에 소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수아·정윤재 기자노벨문학상 수상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노벨문학상 노벨문학상 후보

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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